[(주)그릿펀딩 박범석 대표 칼럼] 비전문가의 전성시대와 P2P금융

편집국 승인 2020.01.20 08:25 | 최종 수정 2020.01.13 09:00 의견 0

한손으로 꼽을 수 있던 TV 채널이 양손이 모자랄 정도로 늘어났다. 개인이 운영하는 영상매체도 우후죽순처럼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TV 속 시사평론가라는 분은 어느 날 여야관계 등 정국 관련한, 또 다른 날 오전에는 아이돌과 관련된 연예계 뒷이야기를, 오후에는 강력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전지전능한 식견을 과시한다. 변호사라는 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간관계 등 세상사 모두에 한마디씩 말을 더한다. 개인 영상매체 운영자는 해당 분야를 통달한 것처럼 결의에 찬 평가와 예측을 스스럼없이 설파한다. 그 많은 TV 채널과 개인 영상매체에 등장하는 분들의 면면이 궁금하다.

문득 카를 추크마이어(Carl Zuckmayer)의 1931년 희곡 작품 ‘쾨페니크 대위(Hauptmann von Kopenick)’가 떠오른다. 이 작품은 베를린에서 벌어진 우스꽝스러운 실화가 바탕이다. 독일제국 빌헬름 2세 황제가 집권하던 1906년 10월 16일 베를린 외곽 쾨페니크 시청에 대위 계급 장교와 일단의 무장군인이 나타났다. 인솔 장교는 황제 명령을 운운하며 시장과 재정담당관을 공금횡령죄로 체포하고, 시 금고에 보관된 현금을 소지한 체 도주한다. 그러나 상급 부대에서 이러한 명령 사실이 없고, 동원 병력은 진짜였지만 장교는 가짜였다. 진상을 살펴보면, 암시장에서 구한 장교 제복과 대위 계급장을 갖춘 가짜 장교가 베를린 외곽의 한 군부대 앞에서 보초 교대 경비병들을 불러 세웠다. 그는 황제 명이라며 교대병들에게 동행을 명령했고, 병사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상관의 명령이라 순응했다는 것이다. 이 희곡은 관료제 병폐는 물론이며 상대적 권위의 맹신을 폭로하는 작품으로 회자된다.

현재의 다원화된 민주사회와 시민사회에서 20세기적 관료제 권위나 영향력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공유하는 권위의 대부분은 관료제 보다는 여론조성과 확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중매체와 연장선상에 있는 개인매체로 넘어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거대 미디어와 개인 영상매체에서 등장하는 고매한 분들의 권위는 ‘쾨페니크 대위’가 보여준 계급장 권위와 다른 것일까? 방송가 단골 패널들과 개인 영상매체 운영자들 의견의 권위는 실제 역량과 상관없이, 거대 미디어의 장악력 또는 ‘구독’과 ‘좋아요’ 숫자로 부여된 가공된 권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P2P금융 관련법이 지난 10월 말 통과되었다. 법이 통과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P2P금융의 존속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점가에 P2P 전문가의 성공서가 즐비하고, 거대 미디어와 개인 영상매체에서 P2P업체를 소개하거나 평가하는 패널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P2P금융 취급 영역의 전문성은 고사하고 실무 경험조차 의문스러운 분들의 의견으로 인하여 오도된 정보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

비전문가의 전성시대, P2P분야도 그러한 듯 보인다. 과도한 정보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는 것은 투자자 개인 몫이다. 거대 미디어에 참여하는 전문가는 완벽하지 않지만 최소한의 검증을 수반한다. 그러나 개인 영상매체는 ‘구독’과 ‘좋아요’라는 숫자에 의존한 팬덤의 권위에 의존한다. 전문가는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확정적 의견제시에 두려움을 갖는다. 잃을 것이 없는 비전문가는 보다 쉽게 확신에 찬 견해를 제시한다. 투자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대중은 확신에 찬 비전문가 의견에 환호하고 권위를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비전문가의 권위 부여 과정은 결코 타자의 영역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큰 의미 없이 선택한 영상매체의 ‘구독’과 ‘좋아요’ 숫자가 그 어떤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사회적 책임감을 갖아야 한다. 민주사회는 대중의 합리적 선택이 선결 요건이듯, 비전문가 전성시대의 극복은 전문가를 선별하는 개인적 안목 향상과 올바른 ‘구독’과 ‘좋아요’의 선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칼럼을 쓰는 필자 역시 P2P금융에 대한 섣부른 의견 개진을 경계한다. 혹시 비전문가의 전성시대에 숟가락을 얹는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P2P업체 종사자로서 취급분야의 전문성과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확정적 결언이 아닌 열린 조언을 전하기에 매혹적이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이 글을 읽은 그 어떤 분에게 더 나은 투자선택이 되기를 희망하며!

 


글 : ㈜그릿펀딩 대표 / 부동산학박사 박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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